[오디오] 예수 부활 대축일 (4/12/2020) 강론 – 이남웅 스테파노 신부님

 

 

예수 부활 대축일 (04/12/2020)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께서 부활 하셨도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에디슨 한인 성당 교우 여러분!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새로운 생명의 빛과 은총이 그분을 믿고 따르는 자녀인 우리에게도 밝게 비춥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파동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서로 떨어져 지내 오고 있지만,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뛰어 넘는 그분 부활의 빛은 여전히 우리 각자에게 또 우리 공동체에게 함께 비춥니다. 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은 지금의 어려운 시간과 우리가 지닌 어두움을 밀어내고 생명의 빛 안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더 사랑하는 삶으로 이끌어 가시고 계시지 않나 하는 묵상도 해 봅니다. 이번 성주간을 지내며, 평소와 다르게 조용하게 여러 예절들과 미사를 봉헌하면서 조용한 가운데 더욱 깊이 다가오시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뵙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항상 함께 하셨지만, 그분이 옆에 계신다는 것을 느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삶 안에도 항상 계시며, 특히 어려움 중에 있을 때 함께 그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예수님을 침묵 속에서 깊은 마음 속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부활의 시기가 되시길 기도 드립니다.

 

오늘 예수 부활 대축일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나신 후 묻히셨던 “빈 무덤”의 복음을 들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 무덤에 찾아갔던 마리아 막달레나, 베드로 또는 요한 이었다면, 어떤 마음 이었을까요? 예수님의 수난의 십자가와 그 위에서 목숨을 잃으시는 모습을 목격했던 그들 이었습니다. 또 사람들과 군사들에게 조롱 받으며, 묵묵히 십자가를 받아들이시는 예수님의 모습도 숨이 끊어지신 채 돌 무덤에 묻히시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그 와중에 제자들은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누구도 당당히 나서서 그분을 변호해 주거나 지켜주지 못하고 숨어 있었습니다. 그분을 향한 큰 죄책감과 좌절 그리고 그분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가득한 제자들에게 빈 무덤은 어쩌면 그들 자신의 죽음처럼 다가왔을 것입니다. 돌아가신 그분의 몸 마저 잃어 버린 제자들과 여인들은 이제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의 “빈 무덤”이 주는 의미를 잘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지막에는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라고 전합니다. 곧 무덤에 예수님의 시신이 없다라는 것은 누군가 그분을 빼내서 어디엔가 따로 모셔 두었다라는 의미가 아닌 것입니다. 예수님이 죽음의 상태에서 다시 새 생명, 영원한 생명으로 넘어가셨다라는 의미를 확실하게 말해주는 것이 “빈 무덤”입니다. 빈 무덤이 그분의 부활을 의미 한다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래서 성경의 하느님의 말씀들을 믿고 또 그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삶을 통해서 이루어 질 것입니다. 무덤이 비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마리아 막달레나도, 빈 무덤으로 달려갔던 베드로와 요한도 아직 예수님이 전하시고 또 구약의 여러 예언자들을 통해 전해진 말씀들을 믿고 이해할 필요가 있었던 사람들 이었던 것입니다. 성경의 말씀과 예수님의 전체의 삶을 아우르는 사랑이라는 핵심 메세지를 믿고 또 살아 갈 때 우리도 역시 예수님의 부활을 만나고 그 기쁨과 영광 그리고 환희를 맞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의 말씀과 그분의 사랑은 그렇게 우리에게 실제로 이루어지리라는 희망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빈 무덤”은 세상의 눈으로,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진 나쁜 상황으로 보이겠지만, 하느님의 말씀과 진리를 믿는 신앙 안에서는 부활의 희망으로 가득 찬 무덤으로 보입니다. 그럼 “빈 무덤”이 우리 신앙생활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과연 우리에게 부활은 그렇게 “빈 무덤” 처럼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그 동안 쥐고 살았던 욕심과 잘못된 신념 또 죄스러운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져 고요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으로 십자가에 당신의 몸을 못박음으로서 우리의 악한 마음과 삶,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많은 악습이나 교만들까지도 십자가에서 못박히도록 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잃도록 만드는 죽음 같은 우리의 죄와 악이 모두 사라졌음을 부활의 빈 무덤을 통해 보여 주십니다. 곧, 그 “빈 무덤”은 우리의 케케묵은 악습과 죄와 악으로 가득 찼던 삶과 마음이 이제 싹 비워졌음을, 용서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 용서와 화해, 죄로부터 자유로워짐, 모든 세상의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짐, 나를 비우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믿음 그리고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우리가 부활 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상, 곧 그분을 닮은 사람으로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 살아가는 갈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또 그 사랑은 우리가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 갈 때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 올 것입니다. 성경의 말씀대로 그리고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사랑으로 살고자 하다 보면, 항상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 합니다. 그저 내 마음대로,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또 내가 선호하는 모습으로 사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삶은 그분이 가셨던 길처럼 고통스럽고 힘들고 또 때로는 내가 가진 것을 희생하고 죽여야 하는 삶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부활은 그런 죽음 뒤에 온다는 것을 믿고, 내 생각과 내 방식을 넘어 하느님의 의지와 그분의 마음을 알려고 고민하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려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도 부활의 빛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부활은 조금은 더 특별하게 다가 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성당에 모여 미사를 함께 봉헌 한지도 오래 되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홀로 지내는 시간들을 통해, 사회적 활동을 조금은 놓고 각 가정에 충실한 시간을 통해, 조금은 심심하고 답답하지만 스스로 우리 삶을 돌아보고 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그 동안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고, 어려운 이 시간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맞이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아 왔고, 또 어쩌면 내가 필요 없는 것들도 얼마나 소유하려고 집착했는지, 또한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 내 주변 사람들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보지 않고 내 자신의 삶만 바라보며 살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 보는 시간을 통해, 이미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무덤은 비어 있는데, 우리 스스로 그 무덤의 어둠 속에서 집착과 욕심 그리고 교만으로 가득 채워 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부활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 무덤은 비었습니다. 그분은 부활 하셨고 계속 우리에게 그 빛을 비추십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굳어진 돌과 같은 우리의 마음의 돌문을 활 짝 열고 그분처럼 부활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며 이 은총의 시기를 지내보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