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사제(부제)의 영과 함께

어느 날, 어느 교우 분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신부님! 궁금한 것이 있어요. 부제님께서 복음 선포 하시려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면, 저희는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또한 부제의 영과 함께’라고 해야 하나요?” 그 교우 분께 저는 “또한 부제와 함께.” 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제관에 들어와서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려주려고 “ 사제” 또는 “부제”를 구분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알아보고 찾아보고 하면서, 정확한 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2017년부터 새로 바뀐 미사 책, 즉 새로운 <로마 미사 경본>에서부터 바뀐, 우리가 하는 응답 “또한 사제(부제)의 영과 함께”라는 말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사제와 교우들이 미사 중에 함께 인사하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는 라틴어 미사 경본에 나오는 “Dominus Vobiscum”, “Et Cum Spiritu Tuo”를 직역한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사제니 부제니 하는 구분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You(Tuo)”로만 나오니까요. 하지만 여기에서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 영(Spiritu)”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 인사말은 원래 신자들은 쓸 수 없었고, 서품을 받은 성직자들 (주교, 사제, 부제)들 사이에서만 쓰여졌던 인사말 입니다. 주교님께서 어떤 사람을 사제로 만들 때, 전통적으로 사제가 될 사람에게 안수를 한 후, 긴 기도를 하시는데 그 때 사제의 직무를 하기에 필요한 “영의 능력”을 청합니다. 주교가 될 때에는 ‘대사제의 영’, 사제가 될 때에는 ‘은총과 의견의 영’, 그리고 부제가 될 때에는 ‘은총과 열의와 열성의 영’을 청하게 됩니다. 이렇게 청하는 영은 각각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성령의 특별한 “은사”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그런 영들을 사도들에게 주셨고, 주교, 사제 그리고 부제와 같은 직무로 봉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해 지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제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는 인사에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하고 응답하는 것은 사제가 서품을 받을 때 얻은 성령의 특별한 은사로 인해 미사 또는 여러 예식들이 거룩하게 거행된다는 믿음의 표시인 것입니다. 곧 “주님께서 이 자리에 함께 하십니다.” 라는 의미의 응답인 것입니다. 그 사제를 통해서 주님이 일하고 계신다는 믿음이 담긴 응답인 것이죠.
그래서 마찬가지로, 부제님이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미사 중에 복음 선포를 하실 때, “또한 부제의 영과 함께” 하고 이야기를 하셔야, “지금 주님께서 부제님을 통해 말씀을 하시고, 부제님이 받은 영과 은총에 힘입어 지금 이 자리가 거룩하게 됩니다.” 라고 믿음을 드러내실 수 있으신 것입니다.
어쩌면, 별 것이 아닌 것 같지만, 사제와 부제는 각각 고유한 하느님의 은총과 필요한 영을 받아 봉사하는 사람들 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 모두는 정확히 그 의미와 믿음을 드러낼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자!~ 이제 되도록 앞에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인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그에 합당한 응답으로 우리의 믿음을 드러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