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회의 의무축일

지난 8월 15일은 한국에서는 광복절이자, 교회로서는 성모승천대축일 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의무축일인 이날을 지내기 위해 성당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함께 기도하고 그랬겠죠.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조용히 지나간 느낌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의무 축일인 이날을 그냥 지나쳐버렸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우리가 몸 담고 있는 미국 천주교회의 의무축일에는 1월 1일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대축일, 부활 이후 주님 승천 대축일,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입니다. 당연히 부활절은 전세계 어디든 의무 축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미국 천주교회에서 크리스마스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항상 지켜야 하는 의무 축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은 가장 등급이 높은 의무 축일입니다. 또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미국 천주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정해 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항상 지켜야 하는 의무 축일인 크리스마스, 부활절,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제외한 의무 축일이 만일, 토요일 또는 월요일 중에 위치하게 되면, 그 의무축일은 그 해에 의무축일로 지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이 토요일 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성모승천대축일을 의무 축일로 지내지 않았던 것이죠. 이것은 미국 천주교회 내에서 주교회의를 통해 정한 법입니다. 그 이유는, 주일은 신자 분들이 항상 성당에 나와 미사를 봉헌하고 거룩하게 지내야 하는 기본적인 의무 축일 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정한 의무축일들이 주일 앞 뒤로 있는 토요일 또는 월요일에 위치한다면, 신자들은 이틀 연속으로 성당에 나와 미사를 봉헌하며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부분에서 신자분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일 것이라는 판단 하에 미국 교회는 월요일 또는 토요일에 의무축일이 오는 경우에는 그 축일은 그 해에 의무축일로 지내지 않는다고 정한 것 입니다. 내년 2021년은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이 월요일 입니다. 그래서 내년 11월 1일은 의무축일로 지내지 않게 되겠죠.

교회가 의무 축일로 정한 많은 대축일들이 있습니다.
그날은 신자로서 거룩하게 지내고 또 미사를 봉헌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이익과 영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이 의무축일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