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에 대해

이스라엘 여행을 하다 안식일(安息日)이 되면 식당과 상점 등이 문을 닫아 불편할 때가 많다. 심지어 호텔 엘리베이터가 멈춰도 아무도 손보지 않아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 할 때도 있다. 성경에서 안식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안식일은 이스라엘 민족이 한 주간 날들 가운데 하느님께 전적으로 바치기로 정한 날로, 주간의 제 7일(토요일)이다.
이 날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태초에 하느님께서 6일 동안 창조사업을 하시고 일곱째 날에 쉬셨다는 것(탈출 20,11)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승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해방된 것(신명 5,15)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렛날에는 쉬셨다. 그리고 그 쉬는 날을 거룩한 날로 정하시어 축복하셨다. “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여 만드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그날에 쉬셨기 때문이다”(창세 2,2-3).
유다인들은 이날을 거룩하게 보내기 위해 전혀 일을 하지 않았으며(탈출 20,10) 두 번씩 제사를 드리고(민수 28,9-10) 예배를 위한 특별한 모임을 가졌다(레위 23,2-3). 구약시대에는 안식일에 노동을 금지하는 법이 매우 엄격했다. 그래서 마카베오시대 신심 깊은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전쟁을 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했을 정도였다. 신약시대에는 병자를 치료하는 것과 밀 이삭을 잘라먹는 것까지도 금지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그것을 보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마태 12,1-2). 안식일의 휴식은 유다인들뿐 아니라 특별히 그들의 노예와 가축에게도 해당됐다. 초대교회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과 성령이 강림한 날이 주간의 첫째 날이어서 일요일을 주일로 지켰다. 신약시대에 와서는 주님 부활을 기념하는 매주 일요일을 구약의 안식일과 같은 의미로 지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에 얽매어 안식일이 지켜지고 있는 것을 보시며, 안식일의 본래 의미에 대해 가르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마르 2,27-28). 이 때문에 예수님은 바리사이에게 커다란 반감을 샀다.
안식은 완성과 멈춤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안식일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 인격적 자아를 회복하는 시간이다. 하느님 안에서 휴식함으로써 인간은 본연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그러므로 안식일의 시간은 하느님께서 특별히 거룩하게 만드신 차별화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1일, 허영엽 신부>